생김새

몸은 짧고 옆으로 납작하며 체고가 높다. 몸길이는 최대 약 15cm까지 자라고, 작은 입과 둥근 머리, 하나로 이어진 등지느러미를 지녔다. 몸빛은 서식 지역과 개체에 따라 노란빛을 띤 갈색부터 짙은 갈색이나 검은색까지 다양하다.

눈 뒤와 몸통, 꼬리자루에는 대체로 세 개의 흰 띠가 세로로 나타난다. 꼬리지느러미는 희거나 노란빛을 띠고 다른 지느러미도 노란색에서 검은색까지 변이가 크다. 어린 개체와 성체, 암수 사이에도 색과 무늬의 차이가 있어 몸빛만으로 나이나 성별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분포와 서식지

흰동가리는 페르시아만에서 인도네시아와 호주, 멜라네시아와 미크로네시아를 거쳐 대만과 일본 남부에 이르는 인도·서태평양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의 따뜻한 연안에서 서식이 확인된다.

석호와 산호초 바깥 경사면처럼 말미잘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얕은 바다를 주로 이용하며, 수심 약 1~70m에서 관찰된다. 먼 거리를 회유하기보다 숙주 말미잘 주변의 비교적 좁은 생활권에 머무는 편이다.

말미잘과 공생

흰동가리는 촉수에 독침 세포가 있는 말미잘 사이를 안전하게 드나든다. 몸 표면의 점액층과 말미잘에 적응하는 행동이 독침의 공격을 피하는 데 도움을 주며, 위험이 닥치면 촉수 속으로 숨는다.

흰동가리는 흰동가리류 가운데 특히 다양한 말미잘 종을 숙주로 이용한다. 물고기는 포식자로부터 보호받고, 말미잘은 흰동가리가 가져오는 영양분과 물의 흐름, 일부 천적으로부터의 방어 같은 도움을 얻을 수 있어 두 생물 모두에게 이로운 관계가 된다.

먹이와 생활

동물성 플랑크톤과 작은 갑각류, 조류를 비롯한 여러 먹이를 먹는 잡식성이다. 물속을 떠다니는 작은 먹이를 잡거나 말미잘 주변의 먹이 찌꺼기를 이용하며, 숙주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지 않고 활동한다.

한 말미잘에는 번식하는 암컷과 수컷을 중심으로 작은 무리가 살 수 있다. 몸집이 가장 큰 개체가 암컷이고 그다음으로 큰 개체가 번식 수컷이며, 나머지는 더 작은 비번식 개체로 서열을 이룬다.

번식과 성전환

흰동가리는 처음에는 수컷으로 성숙한 뒤 필요할 때 암컷으로 바뀔 수 있는 웅성선숙형 자웅동체다. 무리의 암컷이 사라지면 가장 큰 수컷이 암컷으로 성전환하고, 그다음 서열의 개체가 번식 수컷이 되어 짝을 이룬다.

암컷은 말미잘 가까이에 있는 바위처럼 단단한 바닥에 타원형의 알을 붙여 낳는다. 수컷은 알 주변을 지키고 지느러미로 신선한 물을 보내며, 수정되지 않았거나 손상된 알을 골라낸다. 부화한 어린 물고기는 한동안 물속을 떠다니다가 자라서 알맞은 말미잘을 찾아 정착한다.

보전과 관찰

흰동가리는 현재 IUCN 적색목록에서 관심대상으로 평가된다. 분포 범위는 넓지만 산호초와 말미잘 서식지의 훼손, 해수 온도 상승과 해양 오염, 관상어 채집은 지역 개체군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바다에서 관찰할 때는 말미잘을 만지거나 흰동가리를 쫓아내지 말아야 한다. 산호초 위에 서거나 먹이를 주는 행동도 피하고, 충분한 거리를 두어 물고기가 평소 행동을 계속할 수 있게 관찰하는 것이 좋다. 관상용으로 기를 때는 야생 채집 개체보다 합법적으로 번식된 개체인지 확인하는 태도가 도움이 된다.